사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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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된 아낙2
오늘도 보름을 갓 채운 달이 떠오릅니다. 벌써 사흘 지아비 돌아오는 길엔 달빛만 가득합니다. 달님 높이높이 돋으시어 멀리멀리 비춰주세요. 저자거리 헤매시는지 행여 변고는 없으신지 그냥 몸만이라도 무사히 돌아오세요. 오늘 밤 달도 머리를 지나 뒤쪽 산으로 숨어드네요. 제 가는 길도 저물어 깜깜합니다. 아낙은 기다리다 기다리다 돌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정읍 어느 산 고개 마루 가다보면 돌이 된 아낙이 서 있답니다.
2020.07.25 -
돌이 된 아낙1
백제 정읍 산골에 부부가 오손도손 살았습니다. 지아비는 장돌뱅이 달을 안고 나갔다가 달을 지고 온답니다. 보름이 동녁으로 빠끔히 얼굴을 내밀면 아낙은 마주보이는 산 어귀에 서 하냥 기다립니다. 어떤 날은 달이 중천에 닫기도 전에 기분좋은 타령 소리 먼저 닿습니다. 그래도 달이 아낙의 머리를 넘기기 전에는 반가운 모습이 고부랑 고부랑 이어진 길 사이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면 혀 꼬부라진 타령 소리 반가웠지요. 지아비 오시는 날 보름은 언제나처럼 높이 솟아 길 어귀 어귀 밝혀줍니다. 지아비 지고 오는 먹거리 입을거리 노리게까지 하얗게 하얗게 비춰줍니다.
2020.07.23 -
섬
섬은 떨어진 만큼 멀다. 멀어진 만큼 닿고 싶고 닿고 싶어 그곳에 간다. 밀밭이 반겨주면 가까이 있다고 봄바람이 속삭여 준다. 기대지 못한 밀싹들은 조금씩 커가며 그리운 만큼 푸르러간다.
2020.07.13 -
풍랑 주의보
먼 바다에 풍랑이 인단다. 그리움도 풍랑처럼 울렁거린다.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그리움들이 너울대는 풍랑의 일부가 된게다. 이제 날씨 뉴스는 들을 필요도 없다. 잘 다녀 올께 웃던 모습도 가물거린다. 바람이 불면 그리움도 비껴간다. 마음 속 너울거리는 파도는 늘 깊다.
2020.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