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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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음과 다름
같음이 옅어지면 다름이 되고 다름이 옅어지면 같음이 된다. 맑음이 옅어지면 흐림이 되고 흐림이 옅어지면 맑음이 된다. 옅어지고 옅어지면 원래 같음이었는지 원래 다름이었는지 눈이 오다 비가 오는건지 비가 오다 눈이 오는건지 선과 방향이 흐릿해진다. 내가 바라보는 네가 네가 아니고 네가 바라보는 내가 내가 아니다.
2020.07.14 -
종속 이론
아빠 없인 바보다. 아빠가 있어도 원래 바보였던 거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조금 어눌해 지고 조금 덜 생각하면 된다. 누구도 아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조금 모자라다고 자신이 좀 없어졌다고 그렇게 말하면 된다. 원래 그렇게 묶여있었다고 툭 털지는 못하겠다.
2020.07.03 -
생명의 춤
소용돌이 속에서 꽃 피어나듯 혼돈 속에서 그 무엇이 시작된다. 삶의 시작. 그것은 매번 반복되는 빅뱅의 순간. 태초가 시작된 순간부터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다시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생명의 춤은 죽음의 춤. 한 고리가 다른 고리를 붙잡고 춤을 춘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지만 결국 언제가는 꺼질 불덩이 늘 그렇듯 허무하지만 고리를 이어붙이는 춤의 시작은 언제나 격렬하다. 춤은 멈추지 않는다.
2020.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