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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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섬은 떨어진 만큼 멀다. 멀어진 만큼 닿고 싶고 닿고 싶어 그곳에 간다. 밀밭이 반겨주면 가까이 있다고 봄바람이 속삭여 준다. 기대지 못한 밀싹들은 조금씩 커가며 그리운 만큼 푸르러간다.
2020.07.13 -
고양이 물루
그르니에의 고양이가 그립다. 사실 물루의 말은 다 잊어버렸다. 단지 그 말의 호흡만이 가슴에 남아 있을 뿐이다. 알제의 프랑스어도 같은 호흡이었을까? 까뮈도 그 때 스무살이었다. 어쩌면 물루는 이방인보다 더 까뮈스럽다. 모든 호흡이 멈출 때 비로소 시작되는 한 숨 물루는 그렇게 고아하게 발을 딛는다. 그 섬으로 추방되는 한 걸음 수줍기도 하고 당당하게 내딛는 영원한 추방.
2020.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