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엠: 바람과 하늘

시를 만드는 것들

시주 고창수 2020. 8. 9. 08:56

시는 슬픈 응어리에서 태어난다.
여기에 한줌의 이성을 더하고
스치듯 지나간 세월과 인연을 엮는다.

마지막 레시피는 뮤즈의 축복이다.
그것은 호흡을 통해 전해진다.
호흡이 말을 춤추게 한다.

나비, 꽃, 바람과 하늘
비, 안개, 노을과 반딧불이
헤어지고 만나는
모든 일상들이 시를 부른다.

그것들이 슬픔과 합쳐야
시가 깨어난다.

아기처럼 어루지 않으면
시는 금방 달아난다.

어쭙지 않게 냉큼 휘갈기면
아직 깨지 못한 시들은
다시 숨어버린다.

말 꼬랑지를 다시 잡으려 해도
시들시들 식어갈 뿐이다.

그래도 낙심한 시인에게
희망은 있다.

낙심이 슬픔을 불러내면
그 응어리를 제대로 짚기만 하면
가여운 시는 다시 고개를 든다.

시를 만드는 것은 슬픈 응어리.
그래서 시인은 늘 슬프다.